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투자

ELS, DLS - 중수익 초고위험의 덫

by 투자자A 2020. 8. 16.

(2020.8.16.일)

은행 또는 증권사에서 파는 상품 중에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과 기타파생결합증권(DLS;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이란 게 있다. 흔히 중수익 중위험 상품으로 소개를 하는데 사실 금융지식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덫과 같은 매우 위험한 상품이다. 일단 이 두 상품은 파생상품의 일종인데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주가연계증권ELS

말 그대로 주가지수나 특정 기업의 주가에 따라 수익율을 결정한다. KB증권에서 2020년 8월 13일에 발행한 KB able ELS 제1411호를 예시로 보자.

  • 최대 수익율: 연 6.5%(단리)

  • 최대 손실율: -100%

  • 기초자산: 3개 - HSCEI, S&P500, Eurostoxx50

  • 투자기간: 3년

  • 조기상환평가일 주기: 6개월

  • 조기상환조건: 1회차 90% / 2회차 85% / 3회차 80% / 4회차 80% / 5회차 75% / 6회차 70%

  • 녹인Knock-In조건: 45%

  • 최초기준가격 평가일: 2020년 8월 13일

처음보면 꽤 복잡한데, 다음 두 가지 수익조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3년 동안 HSCEI, S&P500, Eurostoxx50 인덱스 지수 중 어느 하나라도 최초기준일인 2020년 8월 13일의 지수보다 4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으면 3년 후에 연 6.5%의 이자 3년치를 원금과 함께 돌려준다.

  2. 6개월마다의 조기상환평가일에 HSCEI, S&P500, Eurostoxx50 인덱스 지수 모두가 최초기준일인 2020년 8월 13일의 지수보다 조기상환조건 수준이상이면 해당 시점까지의 연 6.5%의 이자를 원금과 함께 돌려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얼마나 손실이 날 수 있느냐인데 위 두 조건 중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되면 3년 후 만기평가일에 각 지수 수준에 따라 최대 -100%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 

기타파생결합증권DLS

주가 대신 원유선물이나 금리와 연계한 증권이다. ELS에서 기초자산을 주가 또는 인덱스 지수 대신 원유선물이나 금리로 잡았다고 보면 된다. 그 외 수익구조 등은 다를게 없다.

무시무시한 100% 원금 손실 가능성

이제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ELS/DLS 상품은 손실이 날 경우 최대 -100%, 즉 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였다. 2019년 9월 26일 만기의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KB 독일금리연계 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 제7호'가 원금을 100% 손실하였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6/2019092600121.html

금리 내릴때도 판 우리銀… DLS 첫 '원금 전액손실' 났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했다가 원금 전부를 날린 사례가 처음 나왔다. 투자자들은 지난 5월 말 이 상품에 가입했다가 불과..

biz.chosun.com

현재 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대이므로 앞서 ELS상품 예시로 언급한 KB증권의 연 6.5% 수익율 ELS는 시중금리 대비 4배 이상의 꽤 괜찮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인데 문제는 은행 예금과는 달리 ELS/DLS는 절대로 원금보장을 안 한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는 이러한 상품들은 판매할 때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말하나 문제는 만약 실제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무척 크다는 점이다. 고작 연간 6.5%의 수익률을 얻자고 손실이 날 경우 최소 30% 이상의 원금을 날릴 수 있는 상품을 가입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하다 하겠다. 워런 버핏의 다음 말을 떠올리자. 투자에 있어 제 1원칙은 "돈을 잃지 말 것"이고 제 2원칙은 "제 1원칙을 절대로 잊지 말것"이라는 것을. 

ELS/DLS 투자는 어떻게 해야 덜 위험할까?

그래서 ELS/DLS 상품은 절대로 손대지 말아야할 금융상품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명확하게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구조를 이해하고 투자의 목적과 투자자금의 용도를 정확히 한다면 ELS/DLS 상품 투자로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할 ELS/DLS 상품을 고를 때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지키면 손실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첫째,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변동성이 심한 기초자산과 연계한 상품은 어떠한 경우라도 피한다. 대표적으로 WTI, BRENT 등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인데 변동성이 엄청나게 크다. WTI같은 경우 2020년 4월에 마이너스 유가로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는 모두 Knock-In이 발생하여 최종 손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설마 벌어질까 하는 나쁜 일이 나한테는 꼭 생긴다고 생각하고 투자에 임하자.

 

WTI 선물 1년 가격 추세

 

그리고 삼성전자와 같은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 역시 투자하지 않는다. 아무리 우량주여도 개별주식의 변동성은 무척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덱스 지수라 할지라도 Eurostoxx Banks같은 지수는 은행주들만의 주가를 추종하여 변동성이 상당히 크므로 역시 배제해야 한다. 그 밖에 금융주의 비중이 높은 HSCEI, EUROSTOXX50등도 인덱스지수 치고는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수익율보다는 낙인 배리어가 낮은, 1년 이내 조기상환 조건이 낮은, 조기상환주기가 짧은, 만기가 최소 3년 이상인, 기초자산이 인덱스 지수로만 구성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한다. ELS/DLS는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수익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손실가능성이 더 작은 상품들에 투자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초자산이 3개이하이면서 만기가 3년 이상인 상품이 낙인 배리어가 45% 이하, 1차 조기상환 배리어가 90% 이하, 2차 조기상환배리어가 85% 이하, 조기상환주기 3개월 이하면 손실 가능성이 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투자하도록 한다. 아무리 주의하여도 손실 가능성이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씩 10개의 연 6.5% 수익율의 ELS/DLS 상품에 투자했는데 그 중 2개에서 -35%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자. 그러면 최종 수익은 어떨까?

  • 수익: 19.5만원 * 8개 = 156만원
  • 손실: 70만원
  • 3년 총 수익금: 86만원
  • 연복리 환산 수익율: 2.79%

1,000만원을 투자해서 연 2.79%의 저축은행 특판금리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쳐 아쉽겠지만 만약 1,000만원을 하나의 상품에만 투자했는데 -35% 손실이 났다면 이는 단지 아쉬운 차원만이 아닐 것이다.

ELS/DLS는 누구에게 적합한 상품일까?

ELS/DLS는 사실 다소 계륵같은 상품이다. 어느 정도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비교적 안전한 상품을 골라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면 중수익을 거둘 수 있기는 하나 ELS/DLS 투자로 적극적인 자산증식을 이루기는 사실 불가하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단순히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를 사는 것으로도 별다른 노력 없이도 ELS/DLS 투자보다 몇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고 만약 어느 정도의 투자경험이 있고 거시경제의 흐름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개별 주식에 투자하여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할만한 상품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것만으로는 적극적인 자산 증식을 이룰 수는 없으니 계륵 같다고 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금융지식이 충분히 있고 지속적으로 경제 및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경제, 금융, 투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고 그럼에도 시중금리보다는 좀 더 나은 금융 수익을 얻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하에 ELS/DLS 투자도 의미가 있다.

중수익, 저위험을 추구한다. 손실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상품들만을 분산 투자한다.

기초지수가 인덱스 지수로만 이루어진 상품들 중에 낙인배리어가 35-40%, 그리고 1차 조기상환조건이 70-85% 정도로 꽤 낮은 상품들이 종종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조건이면 손실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그만큼 수익율도 다른 상품들에 비해 조금 더 낮다. 그럼에도 은행 금리와 비교하면 최소 2-3배의 수익율을 가지므로 중수익, 저위험 추구에 적합하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역설적으로 ELS/DLS투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수익율이 아니라 낮은 손실가능성이다. 단 한번의 손실만으로도 기존 여러 번의 투자수익을 날려버릴수 있는 것이 ELS/DLS 투자이기 때문이다.

 

 

 

 

댓글